설립예배 후 매번 금요 심야기도회에는 80석이나 되는 좌석에 담임자 가족(4명)으로만 자리가 채워진다. 간혹 타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 가운데 한 두 명이 참석하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담임자 가족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어저께도(3월 5일) 평일과 마찬가지로 담임자 가족과 타 교회 성도 한 명이 기도회를 시작하고 열심히 찬양하고 있었다. 그런데 3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오더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중에 한 명은 일전에 주일에 도움을 요청하던 노숙자 형제였다. 보아하니 술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채 온 것 같았다.
부르던 찬양이 끝나자, 지난 주일에 왔던 형제가 신청곡이라며 460장을 요청하였다. 거하게 취한 한명은 엎드려 있었지만 다른 두 명은 열심히 찬송을 불렀다. 그 중 찬송을 신청했던 형제는 얼굴 표정이 왠지 어두웠다. 간혹 한숨을 쉬기도 하고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서 찬송을 하였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찬송을 불렀다. 앞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기도회를 인도하는 목사의 마음에 스쳐지나가는 몇 가지 잔상이 있었다. 도대체 이들은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왜 저들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목사인 나는 저들에게 어떠한 돌봄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은 지금 460장 찬송을 노래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주시고/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
도대체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찬송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주의 크신 은혜라고 과연 진심으로 고백하면서 찬송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과 세상을 저주하며 하나님을 향해 반항하고 있는 것일까? 저들의 찬송과 나의 찬송이 다른 것은 무엇일까? 이리 저리 떠다니며 노숙하는 형제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460장 찬송은 목사에게 무엇인가 강한 도전과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었다. 저들에 비하면 나는 가진 것이 너무도 많다. 비록 작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집, 맛난 음식이 있는 식탁, 사랑하는 가족들,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이웃과 형제자매들...... 그런데 지금 목사인 나의 노래는 무엇인가? 빈 자리를 바라보면서 탄식하는 모습, 감사보다는 왠지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제 참으로 노래하고 싶다. 진심으로 외치고 싶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주님의 은혜라고, 주님의 사랑은 한이 없다고, 자나 깨나 주님의 손이 항상 살펴 주신다고, 그리고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신다고,,,,,
1절을 부르면서 여러 생각이 오고가는 동안 이어서 2절을 부르고 있다.
몸도 맘도 연약하나 새 힘 받아 살았네
물 붓듯이 부으시는 주의 은혜 족하다
사랑없는 거리에나 험한 산길 헤맬 때
주의 손을 굳게 잡고 찬송하며 가리라
2절은 왠지 저 노숙하는 형제들의 삶 그 자체인 것 같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 중에 몸이 약한 형제도 있었다. 몸뿐이랴 마음도 약한 자들이 아닌가? 2절 가사 대로 하나님이 이들에게 새 힘을 주시기를 기도하며 불렀다. 그리고 사랑 없는 거리에나 험한 길을 헤맬 때에도 주님의 손을 굳게 잡고 찬송하며 살아가기를 기도하였다.
이어 3절이 시작되었다.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 날로 다가와
무거운 짐 주께 맡겨 벗을 날도 멀잖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원토록 살리라
노숙하는 형제들에게 있어서 이 땅은 절망과 탄식의 땅이요, 빨리 떠나고 싶은 땅일 것이다. 온갖 실패와 좌절 그리고 상처와 아픔으로 멍든 가슴을 앉고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은 그들에게 있어서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일 것이다.
목사인 나는 성도들에게 회복과 치유를 설교한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설교한다. 하지만 이것이 저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저들의 치유와 회복을 목사인 나는 정말 믿고 있는 것일까?
3절을 부르면서 나는 간절한 소원이 생겼다.
주님의 능력을 믿는 목사, 복음의 능력을 믿는 목사로서 저들에게 하나님의 치유하심과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눈물로 기도하였다. 그리고 어쩌면 저들보다 더 무기력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내면적 영성회복을 위해서도...... 또한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원토록 살아갈 그 날을 기다리면서 간절히 부르는 노숙자들의 노래를 주님께서 들으시기를 기도하면서......
# 찬송을 신청했던 노숙자는 자신이 [방배동 총회신학교] 출신이라고 숨은 비밀을 들려 주었다. #
주님! 이 형제들의 노래를 받으시옵소서! 이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소서!
주님! 이 형제들을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사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옵소서!


















